이규태 코너 <5272> 키스

ETC 2010. 5. 17. 00:13

이규태 코너 <5272> 키스

2000년 9월 29일 금요일 조선일보

미국 영화사상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 키스 영화다. 공원 벤치에서 남의 눈을 피해 장장 2분 동안 키스하는 것을 숨어서 보는 형식으로 찍은 것이다. 숨어보는 인간의 호기심에 영합한 이 영화는 에디슨 밑에서 촬영기사를 했던 에드몽 쿤이 1896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것이 효시가 되어 명배우들의 키스영화가 판을 쳤고 미국의 청교도 정신과 부딪쳐 1920년에는 키스에 대한 영화윤리규정을 정하고 있다. 기혼 여배우의 아랫입술에 키스해서 안 된다, 키스할 때 여인의 허리나 엉덩이에 팔을 둘러서는 안 된다, 키스 시간은 15초를 못 넘긴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3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상류층인 와스프 사회에서는 아들이 약혼한 여인과 프렌치 키스ㅡ 곧 진한 키스를 하는 것을 보고 혼약을 취소하는 것쯤은 생소한 것이 못 되었다.

사회학자 주라드는 사교장에서 가장 자주 키스를 하는 중남미계 사람들을 100으로 잡을 때 키스 빈도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라틴계가 50이요, 독일 영국 등 게르만계가 10이라 했다.

미국은 혼혈국가라지만 영국계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키스는 상대적으로 친근하지 못하다.
아이들이 다치면 그 손가락에 키스하고, 주사위를 던질 때 그에 키스하고, 맹세할 때 성서에 키스하며,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친애를 표시할 때 손에 키스하여 던져주는 시늉을 한다든지 하는 키스의 생활화는 미국 속의 라틴계 이민자들이 시작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도 예상 외로 키스문화가 없진 않았다.
입을 맞춘다 하여 합구(합구), 입을 빤다 하여 구흡(구흡), 새들이 부리를 맞댄 듯하다 하여 친취(친취), 얼굴을 핥는다 하여 철면(철면), 주근깨 많은 여인과의 키스를 깨를 핥는다는 지유(지유), 얼굴이 얽은 여인과의 키스를 벌집을 연상해 꿀을 맛본다 하여 철밀(철밀)이라 했다.
남도잡가에 ‘임과 함께 보릿대 뽑아물고 빙빙돈다’ 했는데 보리밭에서 얼굴 맞대고 보릿대 무는 이 간접 키스야말로 목가적(목가적)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joogu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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